[웹소설/단편소설] 이별에 대하여
엄지가 빨갛게 올랐다. 수염이 자란 탓인지 어딘가 뾰족한 곳에 긁힌 것인지 알 도리는 없었다. 언제나 이런 식이다. 나는 어떤 류의 현상에 대해 도무지 왜 그런지를 알 지 못한다. 문제는 이러한 사실 조차 깨닫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. 도대체, 얼마나 많은 관계에서도 이런 식이었는 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. 너는 내 앞에 놓인 수저에 빨갛게 달아오른 조갯살을 얹어놓았다. 그것도 30분 전에 말이다. 나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. 너는 나를 보았다. 나는 가만히 수저에 놓인 조갯살을 보았다. 조갯살을 계속해서 보니 그 어원에 대해서까지 파고들게 되었다. 너의 눈에 나는 어떤 류의 생각의 논리를 잡고 잡고 이어 잡는 것처럼 보였을까 싶다. 그런건 아니었는데. 그냥, 조갯살이 눈앞에 있다. 그렇다.
그래서 나는 네가 왜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. 내가 고아라서? 아니, 애초에 고아에 대한 봉사 활동에서 만났으니 이제사 그럴 일도 없다. 그럼 뭐지, 뭘까. 너는 내게 두번의 기회를 줬다고 했다. 한번은 3개월 전에, 그리고 또 한번은 8개월 전에. 어째서지. 나는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이 없다. 조갯살이 반쯤 벌어졌다. 사후 경직이 시작된 것 같았다. 너는 조용히 조개 껍질을 자그마한 접시에 담고 있었다. 나는 조금 답답함을 느꼈고, 크게 숨을 내셨다. 너는 내게 왜 한숨을 쉬냐고 물었고, 나는 그런게 아니라고 했다. 매번 이런 식이었다. 너는 어느 날 문득 내게 너의 부모님이라는 이를 데려왔다. 나는 그저 웃었고 너는 그저 웃었다. 부모님도 그저 웃었, 더랬던 기억이다. 내 조그마한 방에 사는 고양이는 너를 닮았다. 그래서 좋아했는데, 너는 그 고양이보다 큰 것에 대해 질투를 표했다. 친구가 1500명이 있어도 고양이에 질투를 하는 건 인간이 가진 치졸함의 표본인가보다 싶었다. 무심한듯 나는 너를 조금씩 내 속에 품었다. 너는 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.
너에 손에 쥐어진 것은 1등에 당첨된 로또였다. 내가 알려준 번호가 당첨된 것이다. 너는 3일정도 자취를 감췄다. 나는 애초에 돈이 목적은 아니었기에 너의 안부를 걱정했다. 어느 날 빵을 물고 나타난 넌 내게 친구 1500명보다 네가 소중해라며 통장을 건넸다. 그 통장엔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. 애매한 금액이었다. 그래서 우린 여기에 앉아있다. 아마도 너는 헤어짐을 말할 모양이라 이런저런 불만을 내어놓는 모양인데, 애초에 정신상태가 글렀다. 그럴 땐 조갯살을 발라주면 안되는 거니까. 빨갛게 달아오른 엄지 손가락에 차가운 물이 뿌려졌다. 그녀는 자신의 물컵을 던지듯 물을 뿌렸다. 이것도,
해서는 안되는 것이다.
냄비가 뜨거웠을텐데 괜찮아? 라는 말에 나는 곧 이 상처가 왜 쓰라린지 알게되었다. 그리고 고개를 들어 너의 눈을 보았다. 너는 내게 이별을 고하지만, 눈은 슬펐다. 그래선 헤어질 수 없어. 나는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. 나는 우리가 어떤 연유로 이런 관계 속에 이렇게 앉아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. 수염이 자란 탓인가. 어딘가 뾰족한 곳에 긁힌 탓일까. 너는 내 눈을 피했다. 나는 다시 가만히 수저에 놓인 조갯살을 보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