단편소설3 [웹소설/단편소설] 환경진화론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. 내 집에 얹어진 지붕을 수리하겠다는데, 어째서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되는 것인가. 하루 종일 속이 터져 한숨만 쉬고 있는 내게 아내가 조용히 타일렀다. 거, 눈 꼭 감고 다녀와요. 당신 요즘 너무 예민해서 그런거야. 원래 법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거래요. 아내의 핀잔에 속만 더 쓰리다. 아니, 누가 그래? 민찬이가 그러죠. 아들놈이 그랬단다. 법을 공부하는 아들.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가 외투를 껴입는다. 괜스레 신경질이 난다. 아, 그 놈은 왜 전화 한통 없대? 공부하느라 바쁜가보죠. 행시인가 뭐시긴가가 그렇게 쉽나요. 아내는 이미 TV를 틀었다. 철 지난 드라마 소리가 들린다. 누군가 죽고, 또 누군가가 죽고 개도 죽고 사람도 죽는 그런 드라마. 나는 신분증과 .. 2021. 6. 29. [웹소설/단편소설] 일개미 노래를 불렀다. 나에겐 정말 그렇게 들렸다. * 내가 집에 오는 시각은 대략 자정이 되기 직전이었다. 아침에는 학교를 가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상. 사실 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직사각형 박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고시원이었다. 학교 근처에 하나씩 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런 고시원. 그런데 나는 항상 고시원이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버릴 수 없었다. 보십시오. 우리는 이만큼이나 낡았습니다! 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. 물론 오랜 역사만큼 각종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23명이나 있었다. (고시원 외벽에는 23명의 이름이 모두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.) 나는 이 숫자를 볼 때마다 입주 당시 이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고시원 원장님의 미소가 떠올랐다. 역.. 2021. 6. 29. [웹소설/단편소설] 어느 수능날 * 아침부터 꽤 산만 했다. 사실 산만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. 그 날은 하나 밖에 없는 딸, 희원이의 대입 수능날이었다. 당신, 내일 아침에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해. 알았지? 라고 몇 번을 강조했지만 콩콩 뛰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. 와이프도 나도 이 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. 평소처럼 잘 잤니 라고 해도 입에서 나오는 무게나 톤은 이미 갈 길을 잃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. 와이프는 호두를 잔뜩 넣은 호두밥을 준비했다. 난 한사코 반대를 했지만, 그녀는 눈빛으로 이것만, 이것만 이라고 외치고 있었기에 난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. 그렇지만 역시, 호두밥 이라니.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. 그렇게 그 날의 아침은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.. 2021. 6. 28. 이전 1 다음